수운교 바라춤
(이 글은 2001.6.27. 서울 종로성당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주최하는 <이웃 종교문화 이해강좌>에 나와 수운교 바라춤을 소개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바라춤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바라(파루)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하겠습니다.

<바라>
국악기 중 금부(金部)에 속하는 타악기입니다. 놋쇠와 무쇠의 합금으로 두 짝의 솥두껑이나 접시 모양입니다.
본래 인도에서 유래한 악기로, 자바라·제금·발·발자(鉢子)·동반(銅盤)이라고도 합니다. 자바라는 중동 지방의 찰파라(Chalpara)의 한자 표기를 우리식 발음으로 읽은 것입니다. 바라는 서양악기 중 심벌즈와 비슷합니다. 불교 의식무용에서는 물론, 불전에 향을 올릴 때, 설법을 하거나 큰 집회, 장례의식 등에 바라를 울렸습니다. 또 궁중에서도 바라를 사용하였습니다.

<바라춤>
바라춤은 불교무용의 하나로, 양손에 바라를 들고 빠른 동작으로 전진후퇴(前進後退) 또는 회전(回轉)을 하며 활달하게 추는 춤입니다. 불가에서는 모든 악귀를 물리치고 도량(道場)을 청정(淸淨)하게 하며, 마음을 정화하려는 뜻에서 춥니다.

<인정과 바라>
통행금지를 알리기 위해 밤에 종을 치던 일을 인정(人定) 또는 인경이라 합니다. 그 시간은 일출·일몰의 시차(時差) 관계로 계절에 따라 달랐으나 대개 밤 10시가 되면 지금의 종로 네거리에 있는 종루에서 28번의 종을 울려, 4대문의 문을 닫고 외부와의 통행을 막는 한편, 성내에서는 고관대작에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통행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벽 4시경이 되면 33번의 쇠북을 쳐서 통금을 해제하고 4대문을 열었습니다. 이것을 파루(罷漏) 또는 바라라고 하였습니다.


<수운교 바라>
수운교는 1923년 10월15일에 서울에서 개교하였습니다. 1929년에 수운교 신앙의 본전인 도솔천궁을 현재의 대전광역시 유성구 추목동 금병산하에 건설하여 이전한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수운교 도솔천궁은 서울의 궁궐과 같이 4대문으로 둘러 있습니다. 남문의 이름은 광덕문인데, 1933년 8월15일부터 1935년9월에 범종을 주조하기까지 2년여 동안 아침 저녁으로 바라를 쳤습니다.
수운교 교리에 따라 새벽에 49번, 저녁에 36번을 쳤습니다. 새벽4시에 광덕문 앞에서 바라를 칠 때는 다음과 같이 송주하였습니다.

<남문을 열고 바라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
남무 아리따리불 제도중생 남무 아미타불>

서울 남대문에서 하던 바라의 의식에도 <남문을 열고 바라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는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수운교 위령제와 바라춤>
수운교는 1934년 음력4월16일 처음으로 위령대제를 봉행하였습니다.
그후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음력 4월16일, 10월16일과 3.1절, 음7월15일(백중) 등 매년 네 차례 동학영령, 독립운동 희생자, 순국선열, 전몰군경, 선망신도 무주고혼을 위한 합동 위령대제(慰靈大祭)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위령제는 수운교 특유의 장엄염불을 합니다. 물론 모든 의식에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의 3.7자 주문을 봉송합니다. 이때 특별히 바라춤을 춥니다. 수운교의 바라춤은 근 7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의 바라춤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다른 점도 있습니다.

천상의 신선의복을 본떠 만든 수운교 고유의 선관 선복을 착용하고 춤을 추기 때문에 선관이 없는 불교와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선복위에 입는 천의(天衣)가사는 부처님, 일월, 봉황, 사대 칠성을 상징합니다. 바라춤은 대개 4-5인이 한조를 이루며, 시간은 10여분 정도 소요됩니다.

수운교의 첫 위령제는 본부 도량에 포장을 치고 설단한 후 성대히 봉행하였습니다. 이 때 교주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법하였습니다. 위령제의 목적과 의의를 밝힌 설법입니다.

<...우리 수운교는 유불선3합의 도법인데, 사람이 되어서는 첫째, 하날님과 부처님을 공경하고 숭배하여야 됩니다. 하날님의 덕택이 아니면 우리 인생을 위시한 일체 중생이 존속할 수 없고, 또 부처님의 은혜가 아니면 인간을 위시한 모든 영혼은 제도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위령제를 모심은 세세생생에 지옥, 아귀, 축생, 수라의 4악도에서 헤매이는 불쌍한 영혼을 부처님의 원력과 법문에 의해서 이고득락(離苦得樂)하게 하는 뜻깊은 천도재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수운교의 중요한 교리인 불천심 (佛天心)일원 즉 하날님과 부처님이 하나되는 이치를 밝히신 것일 뿐만 아니라, 수운교가 동학교단 가운데서도 무주고혼 해원을 위한 위령제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상으로 수운교 바라춤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곧이어 다섯 분의 출연자가 민족종교를 대표하여 수운교 바라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